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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레이북》 서평 - 팔려는 마음을 버리는 순간 세일즈가 다르게 보였다 본문

이번 여름 휴가는 유독 조용했습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 집 근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대신 손에서 놓지 못한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김한규 님의 《더 플레이북》입니다.
책 정보
- 제목: 더 플레이북 (The Playbook)
- 저자: 김한규 (세일즈해커)
- 분야: B2B 마케팅 / 세일즈
사실 이 책을 집어 든 데는 작은 인연이 있습니다.
저자인 한규 님을 처음 뵌 건 류태섭 님이 주최하신 모임에서였습니다.
세일즈해커를 이끌고 계신 분이라는 소개를 들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눴던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습니다.
휴가를 앞두고 서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발견했을 때 "아, 그때 그분"이라는 반가움과 함께 자연스럽게 손이 갔습니다.
B2B 기술영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다는 직업적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번 휴가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세일즈에 대한 오래된 착각과 결별하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손을 멈추고 같은 문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중 가장 강렬했던 건 이 한 줄이었습니다.
"팔려는 생각을 버려라."
기술영업을 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늘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전제 자체를 뒤집습니다.
고객은 우리 제품에 관심이 없다고, 고객이 보는 건 오직 자신의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뿐이라고 말이죠.
처음엔 조금 서운하기까지 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공들여 만든 제품인데, 관심이 없다니.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보다 정확한 말이 없었습니다.
고객이 미팅 시간을 내는 이유는 우리 솔루션의 스펙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풀리지 않는 자기 문제 때문입니다.
그 순서를 착각하는 순간, 세일즈는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세일즈맨의 역할을 다시 정의합니다.
"(주어진 대본만 읽는) 배우가 아니라, (판을 짜는) 프로듀서가 되라."
이 비유가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얼마나 배우처럼 일해왔던가 싶었습니다.
상품 소개 자료를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고, 예상 질문에 준비된 답을 하고. 그런데 정말 좋은 세일즈는 무대 뒤에서 고객의 문제를 구조화하고, 어떤 이해관계자를 언제 등장시켜야 할지, 어떤 콘텐츠와 데이터로 확신을 줄지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배우는 대본이 주어지길 기다리지만, 프로듀서는 판 자체를 짭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류태섭 님이 남기셨던 후기 한 줄이 떠올랐습니다.
"세일즈는 스킬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는 것, 즉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동료에게도 적용되는 본질이다."
처음 읽었을 땐 그냥 좋은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보다 이 책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문장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세일즈든 협업이든, 상대의 문제에 얼마나 진심으로 몰입하느냐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기술영업 현직자로서 뼈아프게 와닿았던 것들
생각의 전환만으로 끝났다면 좋은 에세이에 그쳤겠지만, 이 책이 특별한 건 그 다음입니다.
기술영업 현직자로서, 특히 요즘 링크드인을 통한 인바운드 리드 발굴과 영업 자동화, 효율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는 실무적으로도 자극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콘텐츠의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업계 트렌드와 미래 전망, 고객이 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리포트나 사례집을 발간하는 것이 결국 잠재 고객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대목에서는 링크드인에 뭘 올릴지 고민하던 지난 몇 달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단순히 "우리 제품 좋아요"가 아니라, 업계를 먼저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콘텐츠. 그게 결국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인바운드를 만든다는 당연하지만 자주 잊었던 사실을 다시 새겼습니다.
그리고 마케팅과 세일즈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SDR 포지션의 중요성.
두 조직이 따로 놀면 아무리 좋은 리드가 들어와도 결국 새어나간다는 걸 현장에서 여러 번 체감했던 터라 이 부분은 유독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그래서 당장 업무에 적용하고 싶었던 숫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잠재 고객이 문의를 남긴 후 5분 안에 응답하면, 그 이후 응답할 때보다 영업 기회로의 전환율이 4배나 높아진다는 것.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솔직히 뜨끔했습니다.
인바운드 문의가 들어와도 다른 업무에 밀려 몇 시간, 심하면 하루 넘게 회신이 늦어졌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골든타임 5분이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숫자로 마주하니, 이건 마인드셋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와 자동화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동안 영업 자동화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을까요.
《더 플레이북》 핵심 문장 정리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팔려는 생각을 버릴 것
- 업계 트렌드와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이 있는 리포트·사례집 콘텐츠를 발간할 것
- 인바운드 문의 후 5분 안에 응답하면 영업 기회 전환율이 4배 증가한다
- 영업과 마케팅을 잇는 SDR 포지션이 중요하다
-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문제 해결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 배우가 아니라 프로듀서가 되어야 한다
휴가는 끝나지만, 이 마인드는 끝내지 않겠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이 책을 그냥 "좋은 책이었다"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것.
휴가 동안 머릿속에서 완전히 재구성된 세일즈에 대한 관점을, 복귀 후 실전에서 치열하게 부딪혀보고 싶어졌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인바운드 문의에 대한 응답 프로세스부터 다시 점검해볼 생각입니다.
5분이라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을지, 어떤 알림 체계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벌써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팔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고객의 문제를 먼저 조망하는 프로듀서의 시선으로 다음 미팅을 준비해보려 합니다.
B2B 세일즈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시기가 옵니다.
숫자는 잘 안 나오는데 뭘 바꿔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그런 시기.
지금 그런 벽 앞에 서 있는 동료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더 플레이북》을 권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이번 여름 휴가를 가장 값지게 만들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책을 써주신 김한규 대표님, 그리고 이런 인연을 만들어주신 류태섭 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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